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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커피인들은 반대로 공부하고 있다

생성일
2024/01/24 06:58
칼럼 작성자
이치훈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난 커피 업계로 치면 말 그대로 언더독중에 언더독이다.
예전에 대구에 운영하던 작은 쇼룸에서 굉장히 재밌는 사건이 하나 있었다.
그날은 한 관광고등학교 선생님께서 나에게 간곡한 부탁을 하셨었다.
"오늘 커피에 큰 꿈을 가진 학생한명이 대표님 매장으로 찾아갈거에요. 바쁘시겠지만 좋은 말씀 꼭 부탁합니다"
그렇게 그 친구는 우리 쇼룸에 왔고 수줍어하며 자리에 앉았다.
나는 따뜻한 커피 한잔을 내려줬다.
그때 매장으로 나와 비슷한 나이의 남자 한분이 들어왔다.
그분도 일상적으로 커피를 주문하시고 자리에 앉으셨다.
꿈나무 바리스타와 나는 몇마디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 친구는 꿈에 부풀어있었다. 좋은 회사에서 바리스타로 일도하고싶고 대회도 꿈꾸고 있었다.
옆에 앉아있던 그 남자분은 한참을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우리 곁으로와서 충격적인 이야기들을 하기 시작했다.
"커피 하지마요. 서울 메이저급 회사들은 저희같은 작은 업체는 사람취급도 안합니다, 애초에 성공할수가 없는 구조에요."
그가 어떤 이야기들을 이어갔고 어떤 회사들의 만행들을 이야기했는지는 이 글을 통해 모두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것 같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학생과 나는 참 많은 생각에 빠져들게 되었다.
커피가 좋아서 시작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그 마음을 모으고.
하지만 챔피언이 되지 않으면 그 모든것은 소용없는것인가란 생각.
하지만 언더독인 나도 챔피언을 꿈 꿔본적이 있었고, 핸드드립부터 커피를 시작했다. 그 당시에는 커피에 대한 책이 몇권 없었기에 책한권을 몇번을 읽었는지 모르겠다.
첫 시작은 당연히 핸드드립이었다.
이쁘게 물한방울 떨어지지 않게 뜸들이는 방법부터 일정하고 정교한 물줄기까지. 정말 오랜시간 연습을 했다.
주변 커피 학원에서 수업도 들었다.
커피 추출의 초반에는 신맛이 나오고 중간에는 단맛 후반에는 쓴맛이 나온다는 수업을 듣고 그것을 맹신하며 몇년을 보내기도 했다.
그렇게 커피 추출에 푹 빠져있다가 로스팅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때는 로스팅에 대한 환상이 가득했다. 커피가 맛이 없으면 모두 로스팅이 잘못되었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할때였고, 로스팅만 잘하면 커피가 환상적으로 맛있어 질거란 생각을 했다. 그당시 카페들을 다니면서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이게 언더인가?"
"이 커피는 베이크드되어서 맛이 플렛한가?"
(내가 꽤 잘하는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여전히 초보인것이다)
그러다가 맛있는 커피를 만나게되면 그집 사장님이 신처럼 보였다.
2016년쯤이었는데 그 당시부터 나는 CoE옥션 샘플이나 파나마 에스메랄다 샘플, 그리고 한국의 주요회사들의 비싼 커피들은 모조리사서 직접 볶아봤다.
몇년간은 아무리 로스팅을 연습해도 만족되지 않아서 무료로 나눔을 많이 했었다.
처음에는 수망으로 몇개월을 볶다가,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면 내 커피가 나아질것 같아서 "이리조즈"라는 팬로스팅을 시작했다. 이리조즈라는 팬로스터는 내부 구조가 과학적으로 교반을 용이하게하고 댐퍼의 역할을하는 구멍들이 있어서 커피가 엄청 잘 볶인다는 광고가 있었다.
그때 나는 "이건 혁신이야!"라고 생각했다.
핸드 로스팅을 할때마다 마치 종교의식을 하듯 온 정성을다해서 볶았다. 한번에 30분 동안 수분날리기를하고 일정하게 흔들면서 버너의 화력과 팬의 높낮이를 기록했다. 거기다가 이리조즈를 개조해서 온도계를 달고 프로파일을 만들기도 했다.
몇개월 후 통돌이 로스터를 구매했다.
이지스터가 100g급 직화 로스팅기를 출시해서 구매했다.
부자로스터를 구매했고, 스트롱홀드를 구매하게 되었고, 트리니타스를 샀다가 지금은 로링과 프로밧을 쓰고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로스팅 이론을 마주했고 실험을 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잘 안되다는 것이었다.
내 생각대로 잘 안된다.
결과가 늘 달랐고, 그 원인점이 무엇인지 도무지 파악이 되지 않았다.
지금 와서는 그 이유를 알것 같다.
(이 책의 후반부에 여러분도 이해하게 될것이다)
그렇게 생두공부와 커핑을 시작했다.
커핑을 처음 시작했을때의 나는 자만심의 하늘까지 올라가있었다.
수백잔의 커피를 경험해봤고 몇년간 카페도 수백군데를 갔다. 이런내가 커피 맛을 잘 모를리가 있나?
그런 나는 첫 커핑을 큐그레이더 시험으로 경험했다.
그 당시 내가 큐 그레이더 시험을 문의했던 곳에서는 "열정만 있으면 가능합니다"라고했고 바로 250만원을 결제하고 일주일간 사전시험과 시험을 치뤘다.
가서보니 반이상의 사람들은 큐그레이더 사전 교육반을 수강한 사람들이었고, 나만 아니었다.
첫 커핑은 말그대로 충격의 도가니였다.
모두 휘황찬란한 노트를 이야기하고 커피들간의 차이는 귀신같이 구별해내는데, 나는 커피가 다 똑같게 느껴졌다.
운이좋게도 나는 큐 그레이더를 땄고 한동안 어깨에 힘이들어가서 주변 카페들을 다녔다.
그러다 커피 산지를 가게 되었다.
솔직히 사람들은 산지를 가면 좋은 커피를 싸게 잘 구해오고 돈을 많이 벌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말도 안되는 일이다.
첫 산지를 갈때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커피하는 놈이 한번은 다녀와야지"
그런데. 5년이 지난 지금 어느새 매년 10개국 이상의 커피 오리진을 다니게되었다.
좋은 커피를 싸게 못구해오는데 왜가냐고 묻는다면, 여전히 이 길에 배움이 있기 때문이다.
난 그리 똑똑하거나 고등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앞서 이야기한 논문이라는 형식이 부담스럽고 어렵게 다가오니 말이다.
(하지만 커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지만 배움을 사랑한다.
죽기전까지 커피를 배우고 싶다.
근데 그 배움이란 늘 활자속에만 있는것은 아니다.
내가 만약 다시 옛날로 돌아간다면, 단연코 커핑과 생두에 대한 공부를 먼저 시작할것 같다. 왜냐하면 이 부분은 시간이 오래걸린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생기기까지, 다양한 유형의 커피들을 맛보고 객관적인 인지 체계를 갖추기까지 몇년의 시간이 걸리는것이다. 이 시기를 잘 지나오지 못한다면 커피를 시작한지 5년, 10년이 지나도 빠른 성장을 하기 어렵다. 생두의 차이를 로스팅의 결점이나, 핸드드립의 문제로 판단하는 전문가들을 얼마나 많이 만나봤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스스로 커핑하고 맛을 볼줄 알아야 내가 내린 커피와, 로스팅한 커피들의 결점이 무엇인지 빠르게 파악할수 있다. 근데 핸드드립부터 배우고, 로스팅을 배우고나면 다시 센서리와 커핑을 해야한다. 센서리와 커핑을 배워서 기본기를 갖춘 다음 다양한 커피를 맛보면서 생두를 공부하고, 그 다음에 로스팅과 추출을 공부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것이야말로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