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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회사 대표가 10년간 커피 공부한 방법

생성일
2024/01/24 07:37
칼럼 작성자
이치훈

과학이 종교인 시대

얼마전 작은 커피 대회가 하나 있었다. 난 운이 좋게도 그 대회의 심사를 할수 있게 되었다. 대회의 핵심은 이것이었다. 자유롭게 커피를 준비해오고 심사위원들에게 에스프레소를 제공한다. 2명씩 대결을해서 토너먼트식으로 올라가게되며 최후의 한 사람이 1위를 하게 된다.
심사위원의 주관이 많이 들어가는 대회이고 "재미와 유쾌함"에 초점이 꽤 맞춰져있었다. 논리적인 근거와 심사의 세밀한 체점방식보다는 어떻게든 심사위원을 한번 만족시켜봐라라는 의미가 강했다.
이 대회에서 내가 가장 인상깊었던 한 대결이 있었는데, 그것은 챔피언이 탄생하던순간도, 3위와 4위가 결정되던 순간도 아니었다.
32강전에서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두사람의 대결이었다.
한사람은 에스프레소광이었다.
논문, 칼럼등을 참조해서 추출에 미세한 유량을 조절하며 추출을 했다.
초반과 후반에 압력이 다르게 설계한 이유와 그에 따른 유량조절에 대한 수많은 설계가 있었고 듣고 있으면 정말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수밖에 없었다.
최근 커피공부는 논문을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질타를 받을만큼 과학적 권위가 중요해 진것도 이런 사람들의 탄생에 한몫을 했다고 생각이 들었다.
다른 한사람은 크게 긴장하지도 않았으며 그냥 단순한 추출을 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만장일치로 두번째 참가자가 이겼다.
두번째 참가자는 즐거워했고, 그가 이긴것에 큰 비결이 있지는 않았다. 그냥 그가 좋아하는 커피를 좋아하는 방법으로 추출한것 뿐이었다.
첫번째 참가자는 자신의 패배요인을 후반부 추출유량 세팅이 1g정도 많았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난 이것이야말로 커피 공부의 진수가 담겨있다고 생각했다.
이 일화는 나에게 큰 지침이 되었다.
이야기를 이어가기전에 지금의 한국 커피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해보고 싶다.
커피 시장이라기보다, 바리스타현실 그리고 커피 공부에 대한 이야기다.
아마도 지금은 그 어느때보다 커피 전문가가 많은 시대이다.
여러분도 겪어왔겠지만, 선생님마다 이야기가 다르고 유튜버와 책마다 이야기가 달랐던것이 커피 시장이었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보다 검증된 자료와 이론들이 필요했고 공신력있는 사람들의 발언에 더욱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오게 된것이 "논문"이다.
지금의 커피 시장은 "논문 주의"라고해도 될만큼 논문을 읽고 그것을 토대로 커피하는것에 대한 환상과 동경이 크다.
"뜸 들이는거 30초동안 하는게 맞나요?"
"논문에 나와있어요"
참 재밌다고 생각한다.
그 어떠한 분야도 이런식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보통은 "제가 해보니까 그렇던데요?"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근데 커피 시장에서 워낙 "내가 해보니까 그렇던데"가 많다보니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기위한 최후의 한수가 "논문"인것이다.
근데 몇몇 커피 논문들을 보면 그 논문이 만들어진 토대가 얼마나 나약한지 알게 될것이다. 방법론과 실험의 진행방식은 너무나 전문적이지만, 설계 자체가 잘못된 경우가 꽤 많다. 그 이유는 실험 설계 자체가 실제 실무자들이 한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것은 꽃향기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줄 추출 방법인데,
브라질 커피로 실험을 하는것과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물론 논문이 나쁜것은 절대 안디ㅏ.
많이 공부하고 이 분야가 널리 알려지는것은 전반적인 한국 커피 시장의 전문성을 더욱 강하게 만들테니까.
하지만 정작 중요한 사실은 그럴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이다.
바리스타는 과학자가 아니다.
바리스타는 화학자도 아니며, 물리학자도 아니다.
"논문주의"는 너희도 공부를 할수 있는데, 왜 시도조차 하지 않느냐고 바리스타들을 다그치는것만 같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타고난 환경과 살아온 세계가 다르다.
난 정말 꾸준히 커피를 공부해왔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대회와 내가 공부해온 스타일은 잘 맞지 않았다.
(이 이유는 다른 글에서 조금 더 다루고자한다)
5년전 시작한 유튜브에는 내가 공부해온 것들을 나누고자한 흔적들이 가득하다.
국내에 나와있는 책과 해외에 나와있는 책도 거의 다 읽어봤고, 유명한 칼럼니스트의 글과 논문들을 모아서 직접 공부하고 정리하고 사람들에게 나누기도 해왔다.
하지만 공부를 열심히 하고 이제 한번 실제로 적용해보자!
라고하면 생기는 일들이 있다.
결과가 반대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커피가 바뀌면 결과가 바뀌는 경우도 많다.
커피는 정말 어렵다.
처음엔 쉬웠다가 하면 할수록 더욱 복잡해지고 오리무중에 빠진다.
바뀌지 않는 것들이 있을까?
최전방에서 커피하는 실무진들에게 큰 영향을 주면서도 꽤나 과학적인 지식들이 있을까? 최근 유튜브를 만들어오면서 그런 생각을 더욱 간절히 하게 되었다.
한국 커피 교육 시장은 오늘 이야기에 나온 모든것들이 혼합되어있는 혼돈의 시대이다. 아마 커피 교육자들이 가장 괴로울것이라 생각한다.
하면 할수록 더욱 조심스러워 질것이라 생각한다.
유튜브에서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오고, 논문을 읽고 그 논문의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맹신하는 자들의 판단이 그들위에 드리워진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것은 바로 혼돈의 해독제이다.
물론 이 책이 다시한번 혼돈을 불러일으킬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검증되고 보편화된 지식과 상식적으로 이해되는 이론과 실험을 실어보고자 한다.
(내가 쓰고 있는 책의 서론에서 발췌했다)